두 달 전만 해도 내가 몽골여행을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인터넷, 디지털 세상과 누구보다 가까웠던 나는 이런 대자연의 여행을 꿈에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편, 나는 인생에서 한 번씩 찾아오는 ‘고민의 시기’에 속해 있었다. 나는 인생의 방향에 대한 ‘고민의 시기’에 빠질 때 마다 뜬금 없는 떠남을 하기도 한다. 2018년의 중요한 고민 속에서 하루만에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유럽 교환학생이 그 예시이다. 이번에도 나도 모르게 그때와 비슷한 생각의 흐름에 탑승해있었고, 때마침 친구의 몽골 여행 제안에 별 다른 고민 없이 빨려 들었다. 단순 1주일 간의 패키지 여행에 뭐 그리 큰 의미부여를 하냐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나에게는 작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도전에는 가치가 있음을 너무 잘 배우고 돌아왔다 ^__^
준비
대부분은 무난한 여행 준비물이지만, 몽골 여행에서 특히 가치가 있는 준비물이 몇 가지 있었다.
보조배터리
하루의 대부분을 대자연 위의 푸르공에서 보내며, 숙소인 게르에서도 전기가 충분히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조배터리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 필수이다. 원래 보조배터리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평소에도 쓸 겸, 20000mAh 보조배터리를 구매했는데 너무 잘 썼다. 참고로 보조배터리는 수하물에 실을 수 없고, 기내 수하물에는 출력 제한이 있다고 하니 잘 알아보길 바란다 ^^ (이번에 의도치않게 알게 되었다 ㅋㅋ)
손전등
쿠팡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담다가, 마지막에 우연히 손전등 항목이 떠올라서 담았는데 이게 웬걸 너무나도 필수품이었다. 9800원의 손전등? 몽골에서는 10만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없으면 죽어요~
바람막이, 경량 패딩, 팔토시
몽골의 날씨는 매우 건조해서 불쾌하지는 않지만 낮에는 매우 뜨겁고 밤에는 춥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태양이 가려지면 갑자기 매우 추워진다. 그렇지만 중간에 캐리어를 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여행 중 하나여서, 바람막이와 경량 패딩을 꼭 챙기고 자유롭게 갈아입을 수 있도록 챙겨다니자. 추가로 팔토시를 이용해서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팔을 보호하고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드라이 샴푸, 샤워 티슈
숙소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고는 하는데 결국 전반적으로 깨끗한 샤워실과 화장실을 보장받는 것이 불안정하다. 나는 세상에 이런 제품들이 있는지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올리브영에 다 있었다. 샤워실이 있는 곳에서는 씻는 것이 제일 좋지만! 청결도의 저점을 위해서 꼭 챙기기를 추천한다.
추가로, 나는 몰랐지만 동행이 챙긴 물품중 “접이식 바가지”와 “다이소 1회용 샤워타올”도 상당히 좋았음!
멀미약
개인적으로 멀미가 정말 심한데 씹어먹는 맛있는 멀미약을 약국에서 사갔더니 복용 후 30분만에 멀미가 사라졌다. 오프로드 지프차가 취향인 사람이 아니라면 꼭 꼭 챙기기를~
블루투스 스피커
푸르공이나 게르에서 텐션을 위해서 필수. 그리고 유튜브 뮤직 오프라인 스테이션 등으로 꼭 노래를 매우매우 많이 받아가야 한다. 끈이 있는 스피커를 가져가면 푸르공에 걸어 놓을 수 있다. 그러나 다녀왔더니 스피커가 세상에서 제일 더러워졌다는 후기..
여담
다이소가서 핫팩을 찾았더니 “아무래도 요즘엔 없죠…” 라고 하셨던 기억. 근데 투어에서 침낭을 기본제공해주셔서 핫팩 없어도 살만했다. 그리고 모자를 안가져 가서 몽골 마트에서 샀는데 너무 필요한 물품이었고 잘 어울(?)렸다는 이야기도 남았다.
투어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 그리고 카페를 통해 동행을 모아 총 6인의 그룹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몽골 여행은 푸르공 혹은 스타렉스를 타고 1주일 내내 돌아다녀야 하므로 결국 차를 기준으로 비용이 발생하고, 차와 게르는 6인 기준으로 설계가 되어있어 6인에 가까워질수록 인당 비용이 절감된다.
https://www.odatour.com/shop_view/?idx=28
오다투어에서 돈 받은게 아니라 열심히 홍보하긴 싫은데.. ^^ 덕분에 너무 편하게 잘 다녀왔다. 한국 오다투어랑 몽골 자야팀이랑 협업하여 여행이 진행된다. 자야 팀에서 나오신 기사님도 너무 프로같았고 가이드분도 가족같이 편했고 한국말 몽골말 전부 잘하셔서 좋았다~ 중간중간 궁금한거 소통 잘 되었고, 밥도 잘 챙겨주시고, 텐션도 맞춰주시고 ^^~
투어 시작 전, 푸르공과 스타렉스중 차를 선택해야 하는데 푸르공이 기본적으로 낭만이 넘친다. 또한 에어컨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푸르공이 압승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프로드의 초원을 많이 달리기 때문에 오히려 푸르공의 승차감이 좋다. 8월 말이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창문 열고 달리면 뜨거워도 시원하다~ 다만 마지막 날 울란바토르로 돌아온 후에는 너무 더운데… 이 때는 스타렉스가 좋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마지막 날 스타렉스로 갈아탈 수 있었어서 개이득봤다.
투어 경로도 위 링크와 정확히 같았다! 대신 2일차 숙소를 유목민 게르 → 여행자 게르로 업그레이드 했는데 최고의 선택이었다. 숙소 자체의 퀄리티는 비슷하지만 샤워실 퀄리티가 너무 좋았고 사람도 적었다~ 사람이 상쾌해야 재밌게 놀 수 있다는 것을 배운 하루 였음
일기
1일차
우리는 몽골항공의 새벽 비행기를 타고 4시에 공항에 도착했다. 새벽 비행기인데도 불구하고 기내식을 주더라. 나는 원래 기내식을 안먹고 자는 편인데, 특히 우리나라 항공이 아니여서 기내식이 이상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후레쉬베리를 주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어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4시 도착이여서 출발까지 시간이 많이 떴는데 다행히 공항 1층에 탐탐이 있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커피 값은 한국보다 비싸진 않았고, 카드 사용이 자유롭다. 그리고 현금 인출도 공항에서 할 수 있다.
지폐도 칭키스칸, 공항 이름도 칭키스칸, 술 이름도 칭키스….
1 투그릭은 약 0.39원이다.
많이 피곤했는데, 공항 입구에서 뷰를 보자마자 설레기 시작했다.
차 타고 달리다가 안에서 찍은 사진. 날씨가 너무 좋아서 구름이 끝까지 보이고… 멀리 있는 구름까지 보여서 지평선에 구름이 닿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내려서 찍은 사진들~ 이렇게 초원을 달리다보면 양, 소, 말, 염소, 낙타… 등이 꾸준히 소환된다
첫 여행지는 차강소브라가.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날씨가 좋았지만, 그 전주에 비가 많이 와서 내려가는 길이 많이 험했다. 운동화가 아니면 좀 힘들었을 듯
몽골에는 보드카가 많다!
낭만있게 생긴 게르들
게르 내부는 항상 비슷하게 생겼다. 6개의 딱딱한 침대와 내부 공간이 있다.
밤이 되자 모터(?)가 배달와서 뜨거운 물도 조금 나오고 전기도 조금 공급되었다.
샤워 시설이 너무 열악했지만… 낭만은 미쳤다!
2일차
기상하니 무지개가 있었다.
록셉 캐릭터를 달고 있는 나의 캐리어 +_+
차를 한참 타고 말 타는 곳에 도착했다. 낙마 사고가 많다고 해서 무서웠는데… 특히 말 뒤쪽에는 절대 서있지 말라고 한다.
비가 많이 와서 물줄기가 강력했다. 사람이었으면 통과하지 못할 물길이었으나 말은 성큼성큼 지나는 것을 보고 기마병의 효율성을 체감했다. 이런 이상한 포인트에서 낭만을 느꼈달까
물길이 쎄서 좀 무서웠다 ㅋㅋㅋ 점프력 처음으로 테스트해봤음
지나고나면 요런 포토스팟이 있다
몽골에 한국 편의점 브랜드가 많이 들어와있다. 그리고 특히 스낵류들이 다양한 맛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예를 들면 블루베리, 라즈베리, 망고 초코파이 같은 것들이다. 김치 불닭볶음면이 몽골에만 있다고 해서 샀는데, 알고보니 유통기한이 많이 지나서 맛을 보지는 못했다 ㅠ_ㅠ
그래도 유목민게르 → 여행자게르 업그레이드 한 덕분에 첫 날보다는 샤워 시설이 괜찮았어서 생일파티도 하고 보드카도 까고 재밌게 놀았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술을 참 안먹었다~
3일차
셋째날은 낙타타고 고비 사막 등산하는 제일 힘든 날이었다.
3일차 숙소는 제일 발전된 듯한 숙소였다. 아무래도 일정 자체가 힘들어서 그런지 숙소 시설은 괜찮았다. 무려 냉장고가 있는 미니 마트가 있었음. 하지만 사막 근처여서 너무 더웠고.. 밤에도 더웠고… 해바라기도 태양 바라보기를 포기한 곳
낙타는 야생동물이 아닌가 싶어 오히려 걱정됐는데, 말에 비해서 훨씬 온순했다. 단점이라면 냄새가 심한 것과 높이가 좀 높았다는 것?
낙타 타고 있으면 대충 이런 뷰임. 혹을 잡고 있어야 하는데 혹의 촉감은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ㅎㅎ 🤭
뒷 낙타가 나의 다리에 자꾸 비볐다. (이름이 끄덕이였나…)
다들 정신이 없었는지 사막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 없다. 산 아래에서 봤을 때에는 20분이면 등산 할만하다고 느꼈는데, 한 발자국 걸을 때 마다 모래에 파묻혀 0.5발자국이 페이백된다. 나름 러닝도 꾸준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구력이 너무 부족했다. 포기하고 싶었음 ㅎ
하지만 1시간에 걸쳐 등산을 완료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뷰가 펼쳐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에나 나올만한 모습이 눈 앞에 펄쳐져있다. 정말 말도 안된다.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사막 등산 이후 꿀맛이었던 3일차 저녁
4일차
4일차는 비교적 무난했다. 사실 1,2,3일차에 비해서 그렇게 멋있지도 않았고 힘든 것도 없어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낙타 인형이 유명한 곳이라는 정도?
에어베드 펼치고 꿀맛 같은 휴식이었다.
‘허르헉’ 이라는 몽골 전통 육류 찜요리를 해주셨다. 양으로 하면 냄새가 더 심하다던데, 운이 좋아 염소 고기로 먹을 수 있었다.
잠시 정전이 있었습니다 ^__^
5일차
바가가즈린촐로는 구경 거리가 3구역으로 나누어져있었다. 그 중 동굴이 제일 사진 찍기 좋았다. 살짝만 들어가도 엄청 춥고 좁아지는 동굴이었다.
구경을 마치고, 캠핑하러 가는 길에 염소떼가 대이동을 하고 있었다.
염소들에게 가까이가면 도망간다. 근데 계속 뒤를 돌아보면서 사람이 쫓아오는지 의식하며 도망간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특히나 사람 여럿이서 포위망을 좁혔더니 한 마리가 도망치지 못하고 낙오되었었는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웃겼다.
캠핑을 하기 위한 평원 도착! 옆의 팀도 함께 하게 되었다.
마지막 캠핑날 때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자리가 뚜렷하게 보이고 은하수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낭만의 캠프파이어. 이제… 몽골여행 끝이구나..
6일차
텐트 안에서 생각보다 너무 꿀잠잤다. 한 번도 안 깼음
캠핑 이후 꿀맛의 김치볶음밥 + 계란국!! 너무 맛있었다.
몽골에서 쇼핑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그나마 고비 캐시미어가 유명하고 싸다고 해서 스카프 + 니트를 사왔다!
그리고 울란바토르의 국영백화점에 들려서 각종 간식거리들을 기념으로 사왔다. 800원짜리 밀크 아이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정말 차가 많이 막힌다. 신호 체계가 잘 잡혀있지 않은 것 같다. 사거리 교차로도 정말 개판임. 운이 좋아 스타렉스로 갈아타서 에어컨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치며
생각없이 떠난 여행이었지만 정말 꿈을 꾼 것 같은 여행이었다. 지구 코딩에 버그가 났나 싶을 정도. 대자연과 다양한 생명체들이 신기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내 자신이 너무 작아지는 철학적인 여행이었다. 대략 2천 km 가량을 달렸는데 가도 가도 땅이 나오는 모습이 마치 무한 평면의 마인크래프트 월드 같았달까… 다만 체력 소모가 조금 있으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갔다오기를 추천한다. 이제 다시 현실로 ㅠㅠ 몽골리안 드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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