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기’와 ‘게임만들기’
어릴 때 부터 게임 만들기를 좋아했다. 그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연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초등학생 때 부터 유즈맵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완성해본 유즈맵은 스타무한도전에 채택되어 방송인들이 나의 맵을 플레이 해 주었다. 그리고 후속작을 만들었는데 이는 나무위키에도 기재되었으며 요즘도 유튜브에 리뷰 영상이 올라오곤 한다.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유닛은 “히드라리스크” 였어서, 나의 맵에는 내 닉네임이 적혀있는 히드라리스크 유닛이 많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에 ‘둔둔볼’ 이라는 게임을 만든 경험이 두 번째 사연이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자습 시간마다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다. 총 6개의 일반 스테이지와 1개의 최종 스테이지가 있고, 각 스테이지에는 약 15개씩의 단계가 존재했다. 각 스테이지의 마지막 라운드는 보스 라운드여서 기믹을 수행하며 보스의 체력을 깎아나가는 전투적 공튀기기였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공이 콩나무를 타고 하늘로 가거나,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가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다음 테마로 진출하는 나름의 구성도 있었다. 최종 스테이지에서는 기존 스테이지의 서사를 반복하고, 떡밥을 회수하는 아주 멋있는 게임이었다. 큰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때에는 미적 감각이 더욱 처참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겉보기에 아주 우스꽝스러운 게임이 탄생했다. 하지만 공튀기기라는 장르에서 참신하면서도 알찬 게임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2018년에 다시금 리메이크를 해서 안드로이드 버전을 타겟으로 재 출시를 해서 다양한 주변 지인들이 플레이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왜 게임을 왜 만들고 싶을까?
나는 왜 어릴때 부터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했을까? 취향이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원인을 찾을 수는 없지만, 그 경향성을 찾게 된다면 행복을 좇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고민해보았다.
단순하게는 게임 플레이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게임은 적은 노력으로 빠르고 강한 피드백을 주므로 우리의 삶에서 자극적인 존재이다. 5살 크레이지 아케이드, 6살 메이플스토리, 7살 카트라이더의 흐름으로 어릴 적 부터 출시 당해에 게임을 즐긴 영재적(?) 이력이있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성향이 어느정도는 게임 만들기에 대한 니즈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복제 가능한 세상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비유하자면 메타버스 같은 것이다. 현실에서는 한 번의 인생을 살고 이를 복사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물론 우리가 통속의 뇌 일지 모르는 일이긴 하다). 원하는 의도에 맞추어 여러 종류의 Universe를 생성하고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어릴 때 부터 많이 했다. 이런 생각과 가장 가까운 곳이 게임이라고 느꼈다. 여러 세상을 플레이 해 보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고 이런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게임 만들기에 매력을 많이 느낀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욕구들을 해소하고자 자연스럽게 게임을 만드는 경험을 해보았다. 내가 만든 게임을 다른 사람들이 플레이하고, 좋은 평가를 남겨주거나 오히려 욕을 하더라도 꽤나 자극적이고 뿌듯하다는 것을 맛보아버렸다. 벗어 날 수 없는 매력적인 맛이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도 게임 만들기에 대한 욕심이 있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은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근 5년간 게임만든다, 게임만든다 말만 하고 한 게 없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번에 만들기를 실천해내지 못하거나, 실천하더라도 내가 꿈꾸었던 세상과 다르다면 찝찝함을 털어내고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HYLISK
팀의 이름과 정체성을 정하는 것에 깊은 의미를 두는 편이다. 이런 의미들이 내게 동기를 많이 준다(록셉의 이름과 캐릭터를 만든 것 처럼).
예로부터 개인적으로 게임만들기를 좋아했던 것의 의미를 담고 싶었다. 동시에, 부르기 쉽고 자연스러운 단어를 원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팀인 “팀 사모예드”나 정말 멋있는 로고인 “SUPERCELL”을 따라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나는 왜 게임만들기를 미루어왔을까? 게을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게임만들기는 꽤나 무모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인디게임 개발을 통해 경제적인 유지를 할 자신이 있냐고 물으면 확답할 수 없었다. 마치 ‘모 아니면 도’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분야 같았다. 이런 생각과 함께, 팀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며 잠에 들던 찰나, 나의 게임 개발 욕망을 뜻할 수 있는 “히드라리스크”와 “하이리스크”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렇게 hydralisk의 substring으로 ‘하이리스크’를 만들어 “HYLISK”를 팀 이름으로 쓰게 되었다.